야근할 때 탕비실에서 홀짝홀짝
회사 야근이 많아지면서 밤마다 라면이나 과자만 뜯어 먹다가 진짜 속이 안 좋아져서, 대신 먹을 걸로 이 선식을 사봤어요. 회사 탕비실에 큰 통으로 가져다 놓고, 야근하는 날 우유만 챙겨와서 섞어 마십니다. 저녁은 대충 먹고 10시쯤 집중력 떨어질 때 컵에 타서 마시는데, 첫맛이 살짝 진한 콩 맛에 고소함이 확 올라오고 뒤에 흑임자 향이 남아서 달지 않아도 입이 심심하지가 않아요. 과자처럼 짭짤하거나 진득하게 달지 않으니까 먹고 나서도 목이 안 마르더라구요.
파우더 자체가 미세하게 곱긴 한데, 물에 섞으면 미숫가루 특유의 자잘한 입자가 남는 정도는 있어요. 저는 그게 은근히 쑥쑥 넘어가는 것보다 적당히 식감도 있고 좋더라구요. 컵 한 컵만 마셔도 배가 살짝 든든해지고, 두 컵쯤 마시면 그 뒤로 야근 끝나 집에 가기 전까지 배고프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. 특히 야근 중간에 커피만 마시면 속 뒤집어지는데, 이거 마시면 속이 좀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라 요즘은 밤에는 카페인을 줄이고 이걸로 버팁니다.
원래는 커피믹스 쌓여 있던 자리 한 구석에 올려놨는데, 동료들이 한 번씩 타 먹더니 고소하다고 자기들도 퍼가더라구요. 누가 먹든 무난하게 좋아할 맛이라 간식 겸 야식으로 딱이에요. 부전시장에 들러서 주인분이 미리 덜어 마시기 좋게 포장해준 덕에 회사에 갖고 오기도 편했고, 포만감 생각하면 대신 야식 시켜 먹는 것보다 훨씬 나아서, 웬만하면 야근 있는 주는 계속 챙겨두려고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