부모님 선물로 사서 효도했어요
부모님이 부산 사셔서 명절 전에 집 들렀다가 같이 부전시장 나갔어요. 엄마가 평소에 속이 약해서 아침을 잘 못 드시거든요. 시장 한 바퀴 돌다가 곡물 갈아 파는 작은 가게가 있어서 구경만 하려 했는데, 안에서 고소한 냄새가 너무 진해서 그냥 서 있게 되더라고요. 통에 콩이고 잡곡이고 정갈하게 담겨 있고, 안쪽에서는 계속 갈아내는 소리가 나서 믿고 사도 되겠다 싶었어요.
사장님이 여기 기본 믹스라면서 이거 조금 떠서 물에 타 주셨는데, 첫맛은 되게 순한데 뒤에 고소함이 확 올라오더라고요. 엄청 달지는 않고, 진득한 곡물 맛이 입안에서 오랫동안 남는 느낌이에요. 가루도 너무 곱기만 한 게 아니라 아주 살짝 알갱이가 있어서, 우유에 타서 한 번 마셔보니까 씹히는 듯 말듯 해서 parents 세대가 딱 좋아할 질감 같았어요. 텁텁하게 입에 달라붙는 그런 느낌은 아니고, 마시고 나서 목 안에 뭔가 깔끔하게 남아요.
집에 가서 부모님 두 분 한 잔씩 타드렸는데, 아버지는 그냥 물에만 타도 괜찮다고 하시고 엄마는 우유 타니까 훨씬 부드럽다고 하시더라고요. 원래 아침에 거의 입에 뭐 안 대시는데, 이거는 밥 대신 가볍게 한 잔 하시고 오전 내내 속 안 쓰리다고 괜찮다고 하셨어요. 양 조금만 넣어도 배가 은근히 차는지, 오전 간식도 덜 찾게 되셨대요.
저도 같이 마셔보니 한 잔만으로도 속이 도톰하게 채워지는 느낌이라 부모님 연세에도 딱이다 싶었어요. 무엇보다 오래 장사한 데라 그런지 믿음이 가고, 시장 한켠에 자리 잡은 분위기도 어릴 때 가던 방앗간 생각나서 부모님이 엄청 반가워하시더라고요. 이번에 산 거 다 드실 때쯤 홈페이지로 주문해서 다시 보내드리려고요. 다른 건강식 많이 사드렸는데, 이렇게 고소하고 편하게 드실 수 있는 게 제일 반응이 좋았습니다.